비행운 - 김애란
도무지 알수 없는 제목, 비행(?)운(?) 무슨 뜻이지?
게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표지 디자인.
'비행운'의 의미는 '비행(flight)+운(luck)'이 아니라, "비(非) 행운"을 의미한 것일게다.
책속의 첫번째 작품을 끝내고 두번째 작품으로 이어지는 순간
'어? 연작소설인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책속에 담긴 각각의 작품은 실제로는 한번에 씌여진 작품이 아니라,
모두 각각 다른 매체에 개별적으로 소개된 작품을 묶은 것이다.
하지만 연작소설처럼 느껴질 수 도 있는 것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흐름속 사건과 인물들이 뭔가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일 게다.
(아마 그래서 소설집으로 묶었을게다)
책을 다 중간쯤 읽은 후에야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다지 매우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을 위로하는 방식인걸가?
이 소설은 독자들의 소소하고 튀지 않는 삶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소설에 나오는 페르소나들은 여느 소설과는 달리 큰 캐릭터도 없고 비범한 능력도 없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과 일상들을 갖고 사는 그저그런 우리네 같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고구마속에 빠지고 말지만, 결론적으로
지금 내 삶은 그래도 비교적 괜찮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이렇게 이 소설은 독자들의 소소한 삶을 느끼게 해주는 걸까.
작가의 말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당신도 보았느냐고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지만
그것은 이미 그곳에 없다.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 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기어코 다 부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알 수 없어
한 번 더 불러보게 만드는 그런 이름을.
나는 그게 소설의 구실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yes24 책소개 >>
김애란이 돌아왔다. ‘비행운’은 새로운 삶을 동경하는 형식으로(飛行雲), 하지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연쇄적 불운(非幸運)에 발목 잡힌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준석이 말했듯 “김애란 소설은 우선 안부를 묻고 전하는 이야기, 말하자면 하이-스토리hi-story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안부에는 개인적인 소소한 안녕을 넘어선 어떤 윤리”를 가지고 동세대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친구처럼 곁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러 온 듯 이번 소설집에서도 김애란은 자신의 매력을 백분 발휘한다. 또한 좀더 많은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며 ‘확장’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김애란 ‘너머’를 발견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비행운』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을 보면, 어쨌든 아직은 살아남은 외줄 위에 선 듯 아슬아슬하기만 한 사람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취업을 했어도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인, ‘이전에도 채무자 지금도 채무자 좀더 나쁜 채무자’가 된 처지의 사람들. 한 번도 누구에게도 환영받아보지 못한 삼십대 후반의 택시기사와 화장실과 동격으로 취급받는 화장실 청소부. 그리고 주인공에 꿈속에서 등장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박스를 줍고 계”신 할머니. 자기 세대를 넘어 다른 세대까지, 김애란식의 함께 아파하기는 주인공들의 영역을 확대 심화하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우리 시대의 우울과 소외를 자기 스타일로 혁파하면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진정한 소통의 자장을 넓고 깊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애란은 잊지 않고 그렇게 행복을 기다리느라 지겨웠던, 비행운과 맞씨름을 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들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다시 김애란 소설의 미덕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여러 편에서 김애란은 막막하고 아득한 심연처럼 결말을 구성”하며 “막막함의 광장 공포 내지는 불안을 매우 극적인 구성적 상징을 획득”하는데, 이 점이 바로 “소설집 『비행운』을 관통하는 공통된 서사 문법”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김애란식 비극’이라는 독보적인 한 장르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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