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공지영 작
왜인지 이 책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때그때 알수 없는 게으름으로 읽지 못했던 책 중 하나.
이 번에 밀어둔 숙제를 하는 느낌으로 며칠에 걸쳐 루즈하게 읽어버린 책
어릴적에는 박완서 작가의 성장 소설류가 정말 와닿게 읽은 책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공지영 작가의 봉순이 언니는 성장소설임에도 그 느낌이 약간 달랐다.
아니 달랐다기 보다는 성장소설이 주는 포근함이 덜했다고나 할까.
아니면 자전적 소설이 주는 방어적 기질때문인걸까 싶기도 하고
애니웨이.
이런 해방후 근대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현대의 성장소설이 주는 따듯한 감흥은 확실히 독자를 매료하는 맛이 있다.
공지영도 그 것을 간파했기에 그런 소설을 기획한 것일 테고,
본인이 그 당시에도 최상류층만 누렸다는 '가정 식모'와 '자가용' 등의 유복하게 자란 배경이 소설의 큰 배경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자전'인듯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공지영의 소설보다 '공지영 그 자체'에 대한 관심(애정어린 관심이 아닌)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오히려 더욱 깊게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으리라 생각되고 말이지.
어쨋거나 간혹 이 책의 후기를 보면 '가부장적 남성상을 드러냄으로써..."어쩌구 하는
페미니즘 사상을 들이대면서 해석할려고 하는 후기는 정말 지겹다고 생각된다.
물론 공지영 작가가 페미니즘 독자를 이용해서 소설을 팔아먹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 소설까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건 60년대 이야기다. 그 시절의 자연스러운 사회상을 그린 성장소설이고 어찌보면 사극이기도하다.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그런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지는 않지 않나 말이지...
마지막으로
소설적 한 구절, 봉순이 언니의 삶을 한마디로 규정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그렇다면 그것 때문이었을까, 봉순이 언니가 그날 그대로 일어서서 나를 데리고 그대로 집으로 와버렸다면 그녀의 일생은 바뀌었을까. 처음에 이 일을 회상하면서 나는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남자를 만났다면 언니의 삶은 아주 달라졌을 거라고, 아무리 어린아이고 아무 악의도 없었지만 내가 결국 봉순이 언니의 불행에 개입한 것은 아닐까, 얼마간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 이
토록 사소한 일이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구나. 결국 산다는 일에는 사소한 게 없는 거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나는 생각을 바꾸었던 것 같다. 그래,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봉순이 언니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지만, 아마도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불행해졌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삶에서 사소한 일이 없는 이유는, 매 순간 마주치게 되는 사소한 선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총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소한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사소한 것의 방향을 트는 삶의 덩어리가 중요하다는 걸 내가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공지영 대표작. 1998년 「동아일보」 연재 때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장편소설로, 2017년 지금까지 160만 부 이상 판매된 작품이다. 다양한 계층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이 새로운 디자인과 장정, 컬러 그림을 수록한 제4판 편집으로 2017년 4월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주인공 '짱아' 집에서 식모살이를 했던 봉순이 언니의 굴곡진 삶과, 그녀를 통해 세상과 만나고 성장한 짱아의 이야기가 60~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여 72개의 꼭지로 나뉘어져 있는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어느 날 봉순이 언니가 또 사라졌다는 엄마의 전화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은 짱아, 즉 소설 속 화자인 '나'가 봉순이 언니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끊임없이 고난과 불운이 반복되었던 봉순이 언니의 기구한 삶의 이야기가 다섯 살 꼬마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예닐곱 살에 의붓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도망했다가, 다시 숙모의 의해 버려져 짱아네 식모가 된 봉순이 언니.
열일곱에 세탁소 총각과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으나 실패하고, 다시 행복을 꿈꾸게 한 남자와 사랑하고 마침내 헤어지는 그녀, 그리고 또 다시 남자에게 순정을 바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평탄하지 않은 봉순이 언니의 삶의 여정이 날줄이 되고,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언니이자 엄마로, 그리고 유일한 친구로 삼아 성장기를 보낸 나의 이야기가 씨줄이 되어 엮인 이 작품에는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본 근대 도시민의 소소한 풍경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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