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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넘버 - 임선경 : 죽음을 예지자의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드라마

빽넘버 - 임선경 작,

2015년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대상` 수상



제목이 주는 무게의 가벼움(?)에 읽기를 꺼렸었으나, 꽤 '베스트셀러'임을 인지하고 대여하게 만든 첵이다.

'백넘버'도 아닌 '빽넘버'라니... 꼭 "빽" 이라고 경음을 강조해야 했을까 하는

단순히 스포츠선수의 등번호가 아닌 다른 의미의 번호임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제목이 주는 책의 마케팅이 약화됨을 고려한 경음화인걸까.


어쨋거나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비현실적인 소재가 메인 흐름이다.


이 소설은 생각보다 빠르고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대단한 철학이나 논리 분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시험에 들게 하는 요소도 없다. 

그야말로 TV 드라마를 보듯이 쉽게 쭉쭉 읽기 쉽다는 이야기다.

맞다. 임선경작가가 본래 TV드라마 작가였다. 그래서 그런지 대본 읽듯이 배경이 쭉쭉 해석되고 보여지는게 참 편하고 쉬웠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서류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내게 '살아남'을 기뻐하도록 강요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놀랍게도 삶 그 자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갔으므로, 그의 숫자가 다 소멸했으므로 사람은 죽는다.

인간 삶에는 대략의 예정이 있다. 예정이 있어야 준비도 할 수 있다. 죽는 날도 예정일이 있다면 어떨까? 그건 혹시 축복이 아닐까 

그러니 죽고 나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할 게 아니라 산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좀 관심 있게 보라고.'


'음…… 그러려나? 그럴 수가 있으려나? 자연스럽게 포항 할머니의 웅크린 등, 회색 스웨터 위의 숫자로 눈이 갔다. 할머니의 숫자는 백을 겨우 넘겼다. 앞으로 석 달 남짓. 할머니는 내년 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쏟아져 내릴 듯한 개나리도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도 지금 보는 것이 마지막이다. 팔십 몇 번을 반복한 할머니의 봄 구경은 이제 끝났다. 그런 거였군. 지금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이 계절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또 보리라는 확신이 없어서 노인들은 그렇게 색색으로 차려입고 고속도로를 꽉 채워 꽃구경, 단풍구경을 떠나는구나. '


타인의 살 날을 미리 예지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만일 내 가족의 살날을 미리 알게 된다면, 혹은 '나의' 살날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나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수 있을까?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떨어지는 모래시계속 모래만 쳐다보며 정작 아무것도 행복해질 수 없는 그런 삶이 되지는 않을까?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인지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 존재다. 바로 당신도 언제가는 반드시 죽는다' 라는 것을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을 그렸다. 


이 명제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정말 꼭 가끔은 생각해볼 문제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렇게 이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만 살면 후회 없는 삶인가

한번 살짝씩만 고민해본 후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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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인 임선경의 첫 소설. "기시감이 있는 환상적 설정을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재해석해내는 솜씨가 탁월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스릴러물로 각색한다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 구조도 장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 철저한 자료 조사가 주는 핍진성도 작가의 성실함과 기본기를 반영했다."라는 평을 받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중상을 입은 청년 이원영이 다른 이의 등에 쓰인 '숫자'를 보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죽음이라는 무겁고도 운명적인 소재를 담담하고 유머러스한 문투로 일상에 녹여낸, 완성도 높은 데뷔작이다. 


대학생 이원영은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상가에 다녀오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른다. 다시 고속도로로 나갈 때 안전벨트 매는 것을 깜빡 잊은 덕분에, 곧이어 맞닥뜨린 교통사고에서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남는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깨어난 이원영은 자신에게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의 등에 연한 녹색의 숫자가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 숫자는 오직 원영에게만 보인다. 원영은 곧 그 숫자, '백넘버'의 의미를 알게 된다. 


스스로의 등을 볼 수는 없으므로, 당연하게도 원영은 자신의 백넘버만은 알 수 없다. 등 뒤의 숫자를 통해 생명의 소멸을 늘 '보고 있던' 원영은 어느 날 우연히 한 카페에서 젊은 남녀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등에 백넘버가 없는 남자와 맞닥뜨린다. 곧 원영은 백넘버가 없는 그들의 정체와 부모님을 잃은 사고 직전, 휴게소에서 스쳐 지나갔던 남자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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