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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누구인가? - 이기호,평범하지만 괴상하고, 괴상하지만 있을 법하고, 있을 법하면서 싱거운


김박스는 누구인가? - 이기호 작
(제1회 KBS 김승옥 문학상 본상 수상)


이상하고 난처한 이야기들이지만, 세상에 있었을 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


도서관에서 이제는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면서 '문학'칸 책꽃이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눈대중으로 훓어내리다가 발견된 책.
책이 출간된지 4년이나 되어서 그런지 책의 옆표지는 색이 바랠대로 바래서 겉으로만 보기에는 그다지 '읽힘직'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나 나같은 초짜들에게는 더더욱.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떠올랐던 책이 하나 있다면, 이전에 거론했던 바 있던 '김애란'의 '비행운' 이라는 소설이다.
비행운도 비슷하게 이 행복하지만은 못한 세상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이긴 한데,
좀더 '불운(非행운)'한 쪽의 이야기 였다면,

이 소설은 좀더 평범하지만 괴상하고, 괴상하지만 있을 법하고, 있을 법하면서 싱거운(?) 느낌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더욱 현실적이라고 할만하다.
게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문체가 꽤 젊다는 느낌적 느낌.


이 책의 정보를 흘깃거리는 당신
뭔가 일이 재대로 풀리지않는가?
저 친구가 나보다 왠지 더 행복해 보이는가?
재미있는 색다른 일상이 주어졌으면 좋겠는가?
책을 읽었으면 하는데, 너무 머리 아프거나 어려운 책은 싫고 쉽게 읽고 빠질수 있는 그런 책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봄직하다.




이기호 소설집.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비롯한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을 '이야기'로 보수해가면서 삶과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서사와 문장의 열기를 유연하게 다스린 점 또한 이전 소설집과 사뭇 달라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정쩡한 삶 속에서 허둥거리다 자빠지고 만다. 이들은 짱돌 한 번을 못 던지고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절실한 순간마다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기만 하고 과녁은 성난 얼굴로 다가와 현재를 압박한다. 이기호는 그 빗나간 예상들을 주워 모아 다시금 활시위에 메기는 숙연한 자세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이야기'이되 새로이 만들어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받아 적으면서 기억의 빈자리를 메우는 '이야기'다. 진실과 마주하기가 겁나 모른 척 비워두고 변죽만 울리며 지나쳤던 자리가 흔들 수 없는 인과로 재구성되는 순간, 모두가 무력할 수밖에 없었음이 다시 한 번 분명해지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울컥, 뜨거운 연민을 느낀다. 제1회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