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 정이현 작
정이현작가의 등단후 첫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이 책은 한번에 써내려간 것이 아닌, 약 7개월에 걸쳐 신문에 연재한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의 흐름상 각 챕터의 구분이 느껴지고 각 챕터내에서의 사건도 골고루 분포하여 장편소설이 가질수 있는 지루한 섹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아 .. 이 책은 매일 아침 TV에서 방영하는 연속극 드라마 같아' 라고 생각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딱히 이 소설을 평할 대단한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30대 평범하며서 있어보이려는 뻔한 도시근로자 여성의 일생을 엿보고 싶은 남성이거나
나는 이렇게 찌질하지만 겉으로나마 있어보이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여성들은 어떨까? 라는 호기심을 느끼는 다수 여성 도시근로자분들이 공감하며 (또는 부러워하며) 읽을만한 연속극같은 스토리다.
이 한줄 평과 아래 덧붙인 몇개의 발췌한 문장이면 이 소설의 느낌적 느낌을 쉽게 알아낼 수 있으실 것이다.
-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크한(시크하고자 하는) 30대초반 커리어우먼의 시크하지 않은 솔직하고 구질구질한 공감 스토리 -
옛 애인의 결혼식 날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제 나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뿌듯해했다. -42쪽-
연인 사이의 대화는 세 가지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각자의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다음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야기하려 들고, 종국에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편안해지는 상태가 온다는 것이다.-140쪽
화장에도 순서가 있듯, 삶도 그럴 것이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마치고 난 얼굴, 그것을 진짜 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장으로 한 겹 가리고 나면 내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고개 돌리지 안을 수 있을까. 인생이 점점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내 모습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손바닥으로 황망히 얼굴을 가렸다.-42쪽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터득하게 된 진리는, 겉으로 근사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실제론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아마 그 홈드라마 속에 사는 가족들도 카메라가 멈추었을 땐, 환멸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흘겨볼 게 분명했다.-94쪽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180쪽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정성껏 치장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예의를 다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화사하고 은성한 결혼식장의 빛 속에서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함이다. 아직은 충분히 괜찮다고. 나는 보잘것없지 않다고 주문을 외우기 위함이다.-196~197쪽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새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에매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인 거리 조정이 불가능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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